꽤 오래전부터 주방 저울 하나 갖고 싶었어요.
하지만, 목수는 연장을 탓하지 않는다, 명필은 붓을 탁하지 않는다-라는
무시무시하게 자존심 터치해주는 명언에 그만 기가 죽어서
그냥 저냥 살아왔지요.
근데 이건 뭐, 좀 맛있는 거 / 특별한 거 / 독특한 것 좀 만들어서 몸보신 좀 할려고
인터넷을 뒤적여 요리 비법을 찾아내보면...............으앙~~~~~~~~~~
설탕 몇 그램, 무 몇 그램, 등등 계량의 압박이 이 성질 나쁜 Girl 의,
요리를 향한 불타는 열정에 값싼 유사 휘발유를 붓더군요 ㅠ.ㅠ
그래서 전 결심했습니다.
저울 없이는 웰빙이라는 길고도 먼 삶의 목표를 도저히 쉽게 이룰 수 없다는-
나름 결연하고도 장엄한 선서를 읊어주면서
지난 토요일 오후에 천호동 현대 백화점을 단숨에 달려갔더랬습니다.
주방 저울 코너를 물어 물어 판매하는 장소를 찾았지요.
한 눈에 확~ 시선을 이끄는 그런 저울은 거기에 없었습니다. 흑흑흑...
하지만, 큰 맘도 먹었겠다, 오랜 방황 끝에 내린 결정이기도 해서
한 20분 고민 고민 하다가 아날로그 방식의 화이트 톤의 저울을 사고야 말았지요.
20% 세일을 하지 않았다면 아마 안 샀을 지도 모르는 일이구요.
집에 와서는 이거 저거 마구 올려 놓고는 무게를 달아보았네요.
넘 신났어요. 아~~~~나도 드뎌 저울이 생겼구나 !
싱크대 위에 살포시 앉아있는 저울을 볼때마다 살짝 설레이는 건 뭐지 ?
그런데, 이게 왠 일인지,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후회가 밀려오더군요.
충동 구매를 한 것은 아닌지 어쩐지 하는 자책감과 그 설레이게 바라보던 저울이 차츰 싫어지는 겁니다.
곰곰히 생각을 해보니, 몇 달전에 이 곳 앨리스에서 훓어보았던 저울들이
기억 저편에서 살금 살금 되살아나고 있었던 거에요.
그 걸 깨닫는 순간 얼마나 후회가 되던지........
당장 사 온 저울을 포장했던 상자에 쳐 집어 넣은 후,
노트북을 열고 앨리스로 들어와서는 기억을 더듬어 예전에 보았던 저울을 찾았지요.
우와~~~~~~~~~~~다시 봐도 정말 이쁘고 깜찍하더라구요.
(비싸게 산 저울은 이제 어쩌냐 ㅠㅠ)
1Kgs 용과 500gs 용 두 가지 사이에서 한 20분 고민을 해야 했습니다.
깜찍한 걸 컨셉으로 하면 500kgs 이 좋은데,
실용적인 것을 생각하면 1 Kgs 짜리를 해야 되고...
결국은 실용 정신에 입각하여, 좋아하는 색깔 빨강 + 1Kgs 의 덜튼 저울을 골랐네요.
결제를 하고, 택배가 도착되는 오늘 오전까지 두근 두근 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는데...
드뎌 택배가 도착하고 상자를 열어서 그 강렬한 빨간색과 자태를 보는 순간 ~
맘에 안 드는 저울 사서 맘 고생 제대로 한 지난 주말의 우울함이 한 순간에 사라졌습니다.
(정말 맘 고생 했겠죠 ? 이미 산 거 반품하려니 짜증나고, 충동 구매한 자신이 밉기도 밉고 ㅠㅠ)
상자안에 함께 보내온 과자와 나무 빨래 집게와 목걸이에게서는 따뜻한 정을 느꼈습니다.
계기판을 문득 바라보니 스마일 ~ 하고 있는 이모티 콘 같아 기분이 좋아져요.
더군다다 저울 위 받침이 넘 깔끔하고 세련돼서 기분이 더 좋아져요.
집들이나 신혼부부 선물로 하면 두고두고 이쁨 받을 것 같네요.
환갑을 훌쩍 넘기고 60대 중반이 되신 울 엄마도 좋아하실려나 ?
작은 저울 하나가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도 행복하게 할 수 있네요.
(참! 충동 구매한 저울은 제 동생한테 주기로 했어요 ㅋㅋ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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